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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탄소 발자국' '지속가능' 공식 문서에서 지운다… 트럼프의 '환경 지우기' 본격화?

기사입력 2025-09-29 17:2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유엔(UN) 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이후, 미국 에너지부(DOE)가 '기후변화', '배출', '녹색', '탈탄소' 등의 용어를 금지어로 추가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현지시간) 입수한 이메일을 통해 에너지부 소속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EERE)'이 '피해야 할 단어' 목록에 이러한 표현들을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 직후 나온 이 같은 조치는 기후변화에 대한 현 행정부의 입장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EERE의 대외업무 과장 대행 명의로 발송된 이메일 공문에는 "이것이 피해야 할 단어들의 최신 목록"이라며, "현 행정부의 관점들과 우선순위들에 부합하지 않는 용어들은 피하도록 계속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명시되어 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기후변화의 실상을 부인하거나 침묵시키거나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들 중 가장 최근 것"이라고 평가하며, 에너지부의 금지 목록에 오른 단어들이 EERE의 사명과 직결되는 핵심 용어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해당 지침은 단순히 외부 소통뿐만 아니라 내부 커뮤니케이션, 연방정부 자금 지원 신청, 보고서, 브리핑 등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사용이 금지된 표현들에는 앞서 언급된 단어들 외에도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 '지속가능성', '청정 에너지', '더러운 에너지', '탄소 발자국', 'CO₂발자국', '세금 혜택', '세금 크레딧', '보조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된 핵심 개념들을 정부 공식 문서에서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유엔이 주도해온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 정책을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 "녹색 사기(green scam)" 등으로 맹비난하며, 특히 "‘탄소 발자국’은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금지령은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 방향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기관이 특정 과학적 사실이나 정책 방향을 지칭하는 용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학계와 환경 단체로부터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과학적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에너지효율 및 재생에너지국과 같이 기후변화 대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에서 핵심 용어 사용이 금지된다는 점은 향후 미국의 에너지 정책 및 연구 개발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