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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환율.."1350원 붕괴 임박"

기사입력 2025-05-26 14:48
 26일 오후 2시 43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5.6원)보다 10.2원 하락한 1365.4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 흐름을 반영해 1369.0원으로 개장한 직후 일시적으로 1371원까지 반등했으나, 곧장 1360원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오전 11시 11분경엔 1360.5원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0월 15일(1355.9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환율은 오후 들어 다소 되돌림을 보이며 1360원 중반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하락의 주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변화가 있다. 그는 지난 23일 유럽산 수입품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나, 개장 직전 SNS를 통해 관세 부과 시점을 7월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관세 이슈가 재부각되며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실제 이날 새벽 1시 43분 기준 달러인덱스는 98.86까지 하락했다.

 

달러 약세는 아시아 통화 전반의 강세로 이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142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16위안대에서 거래되며 각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관세 유예 조치로 인해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도 되살아났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순매수세로 대응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19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도 700억원대의 외국인 순매수가 확인되며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미국 금융시장이 메모리얼 데이로 휴장 중이지만, 달러 약세에 대한 압력이 지속되면서 야간장에서도 환율은 1350원대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 자산을 점차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이 1350원대까지 하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월말에는 계절적 수급 요인으로 인해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도 “정규장 마감 이후 외국계 은행과 대형 기관들이 포지션 조정에 나서며 환율의 하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분위기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전까지 이어진다면 환율이 단기적으로 1350원대 하단까지도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외환시장은 하루 만에 30원이 넘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원·달러 환율이 32원90전 하락한 1434원10전에 마감됐다. 그러나 이튿날 미국과 중국의 상호 관세 갈등이 고조되자 환율은 다시 33원70전 상승하며 1467원80전을 기록, 전날 하락 폭을 모두 되돌렸다.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1484원10전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무역 갈등이 완화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3일엔 1375원60전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일시 유예하고, 한·미 간 무역협상이 환율 안정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무역 정책의 변화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연말까지는 전반적인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낙원 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미·중 무역마찰 완화와 관세 이슈 피로감으로 하반기 평균 환율은 1360~1370원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연구원도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원·달러 환율 하단은 1360원이 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재차 불거져도 환율은 1430원 이상으로는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환율 상승을 기대한 달러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350원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상승하더라도 1450원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익률이 5% 미만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외환보유액 감소로 환율 방어 여력에 대한 우려가 일부 존재하지만,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환율은 다시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은 올해 원·달러 환율의 중심축이 글로벌 무역 정책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고,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원화 가치는 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